안녕하세요.
오늘은 영화 포스터의 화사함에 속아서 봤다가 너무 기괴하고 소름이 돋았다는 평이 많은 영화 미드소마의 배경이 된 스웨덴의 명절, 줄거리, 후일담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스웨덴의 명절 '미드솜마르'
감독 아리 에스터는 미드소마 영화를 제작하기 4년 전부터 각본을 써왔다고 합니다. 처음에 스웨덴 제작사에서 감독의 전 작품 영화 유전을 보고 난 후 스웨덴을 배경으로 한 공포 영화를 제작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이야기의 전개에 한계를 느껴 거절했다고 합니다. 특히 영화에서 헤어지기 직전의 위기에 처한 남녀가 이 마을에 가서 축제를 즐기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이는 감독이 직접 겪은 연인과의 이별의 아픔이 반영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생소한 북유럽의 문화가 드러나는데 감독이 스웨덴의 토속 문화, 전설과 바이킹의 잔인한 고문 문화까지 모두 연구한 결과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노인들이 절벽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는 장면은 '아파스투파'라는 북유럽의 전설에서 빌려 왔다고 합니다. 이는 노인들이 더 이상 가족들을 돌볼 수 없고 자신이 가족들에게 짐이 된다고 느낄 때 절벽에서 뛰어내렸다는 전설입니다. 비슷한 개념으로 우리나라의 '고려장'을 들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미드소마(미드솜마르) 축제는 매년 6월 19일에서 25일 사이에 있는 금요일을 미드솜마르 이브로 정하여 그 후 5주간 휴식하는 스웨덴의 명절입니다. 도시의 사람들은 고향에 내려가 여름에 나는 신선한 농작물로 식탁을 차리고 밤에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춥니다. 실제로는 전혀 오컬트 같은 느낌은 하나도 없고 우리의 명절과 같이 가족과 친지들과 함께 즐겁게 지낸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이 축제에 대해 좀 기괴하게 다뤄진 것을 보고 스웨덴인들은 오히려 영화에 나오는 미드솜마르가 재밌어 보인다며 흥미로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스웨덴의 대표 기업인 이케아도 미드솜마르 행사를 진행하며 이벤트, 파티, 가격 할인 등의 혜택을 고객과 나누기도 했습니다.
줄거리
주인공 '대니'는 우울증을 가진 동생이 부모님을 살해한 후 자살하면서 갑작스럽게 가족들을 모두 잃게 됩니다. 대니는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고 남자친구인 크리스티안에게 의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크리스티안의 친구들은 지나치게 의존하는 대니를 비웃으며 이별하라고 하며 크리스티안의 마음조차 동요하게 합니다. 이 와중에 친구 펠레가 자랐던 마을에서 90년에 한 번 9일간 열리는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여행을 가게 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친절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자신들끼리만 교류하는 폐쇄적인 집단처럼 보입니다. 점점 축제가 절정에 다 닿을수록 점점 섬뜩한 이들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 축제 기간 동안 총 아홉명의 희생자가 필요한데 5월의 여왕으로 뽑힌 대니가 마지막 희생자를 고르게 됩니다. 그녀는 큰 고민 없이 자신의 남자친구를 마지막 희생자로 선택합니다. 크리스티안은 결국 불타서 죽게 됩니다. 이는 그 동안 대니의 고통에 공감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바람을 피운 크리스티안에 대한 복수와 대니가 힘들어했을 때 대니에게 위로를 건넨 마을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관계 형성이라는 관점으로 끝을 맺습니다.
후일담
극장 번역은 유명 번역가 황석희가 담당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드소마를 '본격 한여름 로맨스 힐링 영화'라고 이 영화를 소개했는데, 이를 믿고 본 관객들이 지금 내가 무엇을 본 거냐며 말할 정도로 영화 포스터와 영화의 실제 내용이 온도 차가 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황석희의 후기를 따라 하며 언어유희를 사용해 미드소마가 아닌 믿음소망이라고 말하며 힐링 영화라고 하는 리뷰들이 아직도 종종 발견됩니다. 또한 작년에 스웨덴에서는 집에 놀러 온 손님에게 음식을 따로 대접하지 않는다는 문화가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야박하다면서 스웨덴을 놀리기도 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손님들에게 음식을 정성스럽게 대접하는 것이 이미 정상적인 집단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 또한 나왔습니다. 이렇게 스웨덴이 이 영화의 배경이지만 실제 촬영은 헝가리에서 이루어졌다는 것 또한 사실로 밝혀지며 끝나지 않는 반전을 보여줍니다. 거의 대부분의 장면이 부다페스트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외곽지역이고, 대사가 없는 배역들 또한 거의 헝가리인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댓글